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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를 울린 고향 냄새
작성자 양정재가 작성일 2008-04-16 조회수 10229
나를 울린 고향 냄새

묵직한 택배 한 상자가 집에 도착했습니다. 상자에 적힌 아버지의 멋진 필체를 보니 고향집에서 보내온 것이었습니다. 상자를 열자 고향집 냄새가 와르르 쏟아지더군요. 단감, 호박, 삶은 무시래기, 파, 무, 곶감, 깻잎장아찌, 고추, 전어, 양태 등 부모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먹을거리를 꺼내면서 나는 그만 눈앞이 흐려지고 말았지요.

이틀 전 고향집에 전화했을 때 전화를 받는 엄마의 목소리가 이상했습니다.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몸살이 난 것이었죠.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비 맞고 마늘을 심었다는 것입니다. "엄마, 진짜 왜 그랬어요? 속상해 죽겠네." 나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.

농사일이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어서 쉴 시간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몸이 아플 정도로 일을 하셨다는 말에 어찌나 속상하던지요. 부모님께서 그토록 열심히 일하시는 건 다름 아닌 자식들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부모님께 늘 죄를 짓는 것만 같습니다.

그렇게 아파서 꼼짝도 못 하시겠다던 엄마는 하룻밤 주무시고 나서 우리 집에 택배를 보낸 것입니다. 텃밭에서 뽑은 무와 파는 다듬어진 채로 봉지에 얌전히 들어 있고 생선도 절여서 금방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손질이 되어 있었지요. 그런 먹을거리들을 냉장고에 하나하나 넣으며 나는 펑펑 울었습니다.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 앞에 가슴이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.

저녁에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. "몸도 편찮으신데 왜 그렇게 많은 걸 보냈어요." 그러자 엄마는 "니가 회사 댕긴다고 밥이나 제대로 묵고 다니겄냐. 엄마 걱정 말고 밥 잘 챙겨 묵고 다녀라." 하셨지요. 무한한 사랑 앞에 못난 자식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네요. 언제나 내 마음에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 주시는 부모님을 정말 사랑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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